익명D
고등학교 1학년의 여름은 지루했다. 방학이 다가오고, 보충수업이니 뭐니 떠들어 대고, 이석민이 옆에서 보충 수업 신청을 할 거냐 말 거냐로 말을 걸어도 지루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차라리 마른하늘에 벼락이라도 내려 아무런 인명피해가 없는 상태에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 오고, 천둥 번개가 치면 그 다음엔 토르가 오려나. 보충 수업 재밌겠다는 이석민의 재잘거림을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보충 수업이 재밌겠냐고 이 바보야. 하늘 참 맑다.

더보기
뀨페
“네가 못 알아 들었잖아!”
야 쟤네 또 싸운다.
“네가 설명을 못 했겠지!”
누구? 8반이랑 9반 걔?
오늘도?
와… 쟤넨 지겹지도 않나봐.
이 이야기는 서로 안 싸우고 못 사는 두 소년의 이야기이다.

더보기
Salon
“김민규, 너는 그러니까 포장이사를 깔끔하게 불렀어야지. 친구들 등골 빼먹는다고 이걸 다 짐차로 옮기냐?”
“내가 여태까지 너희 입사 준비하면서 이사할 때 안 도와줬어? 왜 인제 와서 발뺌인데.”
“그래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엘리베이터 있으면 뭐 하냐. 짐차가 여기까지 올라오질 못하는데.”
“이 집으로 전세 계약하라고 부추길 땐 언제고!”

익명C
또 다시 계절이 돌아 이곳에서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입사 때만 해도 회사에 이렇게 오래 머물 거라고 명호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찌 뜻대로 되겠는가. 명호는 이제 자신의 자리에 놓인 파란색의 서류철이 오늘 할 일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단 걸 알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