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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매치포인트!

​W. 익명F

  쉽게 식을 사랑은 하지 말자는 것이 명호의 방식이었다. 이를 테면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관심이 식어 버리는 스포츠 선수들, 새내기 배움터에서 슬쩍 손 잡는 패기, 한달 팔리면 단종될 한정판 인스턴트 라면 같은 것. 반면 민규는 진득하게 가슴에 흔적을 남기는 사랑이 싫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키우던 뽀삐가 죽어서 묻어 줄 때, 명절 때마다 업어줬던 어린 사촌동생의 소아암, 영원히 장사할 줄 알았던 단골 분식집의 폐업 같은 것. 가벼운 게 싫어서 가슴에 철문을 잠구고 사는 서명호와 상실감이 무서워서 가벼워지려고 발악하는 김민규. 둘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연애는 성사될 수 있을까. 매치 포인트!

 

 

 

 

0:0

 

  왜 현실은 영화 같고, 영화는 현실 같을까. 습도와 온도는 나란히 손을 잡고 고공행진 중이었다. 뻘뻘 흐르는 땀을 축축한 팔로 닦아내리고는 다시 핸들을 꽉 잡았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딸배들이 신호만 바뀌면 튀어가려고 다들 배기음을 퉁퉁 튕기고 있었다. 그래도 밟을 때는 기분이 끝내줬다. 그렇게 위로했는데,

 

  “내가 다른 집 들르지 말고 오랬잖아요. 요청사항 못 보셨어요?”

 

  게임하다 쳐 나온 남자는 불뚝한 배를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씨, 배고픈데. 막상 붙으면 한주먹거리도 안 돼 보였다. 깽값과 배달비 수수료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 남자가 멀쩡해 보이는 짜장면을 내 앞에 던졌다. 퉁퉁 불은 짜장면 니나 먹어! 그렇게 소리치기에 나도 헬멧을 벗어 집어던졌다. 원룸이 옹기종기 모인 좁은 복도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걍 드세요, 좀. 아님 다시 시키든지.”

 

  남자는 민규를 죽일듯이 노려보던 눈을 슬쩍 아래로 깔았다. 컴플레인 넣기만 해라, 씨발. 몇 호인지 기억해 놨으니까.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배달완료 체크. 쿠팡이츠 주문~ 쿠팡이츠 주문~ 쿠팡이츠 주문~ 더워 뒤지겠는 건 다들 똑같은지 밖에 한발짝도 안 나오고 배달 시키나 보다. 이런 니미 씨발…

 

 

  스물다섯 살 김민규. 전역 이후로 대학은 무기한 휴학 중.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라 일찌감치 노동 능력을 상실했고 취할 때마다 엄마를 패는 개새끼였다. 결국 집을 나간 엄마는 민규에게도 바뀐 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았고, 한달에 한 번 십만 원 정도를 입금해 줬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뻔하게도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부터였다. 나는 죽은 열대어가 떠 다니는 2m짜리 어항 하나만 덜렁 남겨진 집을 둘러봤다. 아버지는 생선대가리 새끼들! 하며 소주병으로 그 어항을 깨부숴 버렸다. 아마 그 어항은 우리 가족의 화목함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경기도 모처, 전액 등록금의 전문대학교는 나의 도피처가 되었다. 비록 졸업은 서른줄에나 할 수 있겠지만.

 

 

 

5점, 매치 포인트!

김민규 서명호

 

 

 

1:0

 

  민규야 너 모델 할 생각 없니. 윤정한은 김민규의 맞은 편에서 짜장면을 씹다 말고 그렇게 말했다. 민규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모델? 모오오델?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규는 새내기 때 친구의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공동 투자하고 직접 모델 역할까지 수행했지만 쫄딱 망했었다. 어디 가서 피지컬과 와꾸로는 꿀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 번 씁쓸한 실패를 맛보니 그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아가더라.

 

  반면 윤정한은 미소년 같은 외모로 고딩 때부터 이미 얼짱 반열에 올라 계셨다. 게으른 성격 탓에 꾸준히 업로드 해 주지 않아 그 명성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학생이 된 뒤로는 캠퍼스를 걷기만 해도 그게 곧 화보였다. 고등학교 땐 잠만 잤으니 아무 전문대 유아교육과로 진학했지만(공부 지지리 안 했던 민규와 동기임이 그것을 반증한다…), 윤정한의 성적과 매력을 연관짓는 이는 없었다.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게 기른 머리는 중성적인 매력을 더했다. 윤정한의 키와 비율이 모델감은 결코 아니였지만, 금발 머리로 겹작약을 입에 문 대학내일의 표지는 여초카페 인기글과 SNS를 타고 알음알음 유명세를 탔다. 모델 에이전시도, 연예 기획사도 아닌 곳도 아닌 어정쩡한 회사와 계약한 뒤로, 남성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악세사리를 전담했다.

 

 

 

  “갑자기 밥 사준다더니 목적이 이거였구만. 그딴 거 안 해.”

  “민규야. 너 형 말 들어서 손해 본 적 있니. 어디 동네에서 반반하다고 깝치는 것들보다 니가 훨씬 나아.”

  “뭐 패션 모델 같은 일일 거 아냐. 난 삐쩍 마른 몸도 아니고.”

  “그게 중요하단다, 민규야.”

 

 

 

  정한은 엄지를 척 들었다. 민규는 의심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눈깔만 들어 그런 정한의 표정을 응시하다가 나무젓가락을 던지듯이 놨다. 그게 뭐가 중요한데! 이건 앙탈에 가까웠다. 넘어갈 마음 있으니 설득해 보라는 것이다.

 

 

  “너 서명호 알아?”

  “아니. 존나 첨 들어 봐. 배우야?”

  “뉴스도 좀 보고 그러렴. 넌 너무 무식하다.”

  “아오, 먹고 살기만 해도 존나 바빠요, 제발. 나 형이랑 밥 먹고 또 배달 가야 돼. 곧 저녁 피크 시간이야.”

  “아무튼 서명호라고 있어. 걔가 누구냐면 중국인 씹 금수저 디자이너야. 근데 이번에 한국에 영 캐쥬얼 라인을 런칭하면서 새 모델을 뽑기로 했거든. 뉴페이스를 원한대.”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빽 있고 잘생긴 애를 뽑겠지.”

  “아니. 민규야.”

 

 

  서명호는 존나 취향 확실한 얼빠 게이야. 넌 세상과 단절된 채 딸배만 뛰어서 몰랐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신예 배우 이**이랑 사귀었어. 럽스타도 달달했지. 그거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다는 얘기도 있었거든. 지금은 쫑났지만. 서명호가 거액의 위약금을 들여서 이**과 광고 계약도 끝내 버렸어. 근데 그 이**이.

 

  너랑 닮았어.

 

 

  “아주 소설을 써라, 소설을… 재미있냐?”

  “야, 형이 밥도 샀잖아.”

  “5000원짜리 짜장면 사 줬으면서!”

  “18000원짜리 탕수육도 시켜 주고 1000원 더 내서 곱배기로 시켜 줬잖아!”

  “아오, 진짜 시끄러워. 알겠어. 뭐, 그래서 걔랑 나랑 닮은 게 어쩌라고.”

  “사진 몇 장 찍어줄 테니까 지원이라도 해 봐. 엉? 혹시라도 서명호가 너한테 관심 보이면 꼬셔 보고. 내가 이** 실물 봤는데 니가 낫더라.”

 

 

  김민규는 열 줄짜리 설득보다도 “니가 낫더라.”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오천 년 만에 인스타그램을 켜서 확인한 이**의 얼굴은 저와 나름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진한 이목구비나, 짙은 피부색. 큰 키 같은 것. 윤정한은 사실 김민규가 잘난 외형 못 써먹고 어렵게 사는 게 안타깝기도 했기에 뭔가를 도전시켜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기에 그 배우보다 김민규가 아기자기하게 예쁜 이목구비라는 것 정도는 꾹 삼켰다. 그제야 민규는 툭 내뱉었다.

 

 

  “뭐… 해 볼만 하네.”

 

 

 

 

1:1

 

  그리고 김민규의 모든 행운이자 불행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김민규는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좆좆반인 민규에게는 생소하나 업계에서는 중견쯤 되는 에이전시에서 컨택이 들어왔다. 직원이 갈 테니 카페에서 기다리라는 메일을 수백 번쯤 읽었을 때 민규는 조금씩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재미없지만 꾸역꾸역 공부했던 전공, 맨날 입는 검은 티에 검은 바지. 어느 곳에도 접점은 없었다. 음료 하나 없이 뻘쭘하게 자리에 앉아 있으니 곧 남자 하나가 제 맞은편에 앉았다. 남자는 패션 문외한인 민규가 보기엔 꽤나 과감하고 이상한 옷차림이었다.

 

  “마스크 괜찮네.”

 

  남자가 민규 얼굴을 보자마자 한 말이다. 얼굴에 비해 커 보이는 선글라스는 콧등 위로 내려와 있었다. 머리는 뒷목을 덮는 긴 머리에 화려한 패턴의 자켓을 입고 있었다. 김민규는 설마 했다. 테이블 아래로 몰래 서명호를 검색하고, 고개를 들었다. 비쩍 마른 몸이나, 통통한 입술, 옅게 쌍커풀이 진 큰 눈… 서명호가 확실했다.

 

  “디, 디자이너 선생님.”

  “넌 이제부터 나 따라갈 거야. 키는 186 맞지.”

  “네에…”

  “근데 우리 나이 똑같아.”

 

  그제야 해사하게 웃는 서명호의 얼굴이었다. 어눌한 한국어 말투에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귀엽다는 생각이 든 건 착각일까.

 

  그리고 얼마 안 가 그게 착각이라는 걸 알았다. 명호는 차 조수석에 민규를 태우고 한참을 달리더니 압구정의 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그리곤 정말 미친듯이 옷을 입고 벗은 기억밖에 없다. 명호는 가격표 따윈 보지 않았고, 김민규에겐 그럴 시간도 주지 않았다. 민규는 종지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셔츠를 입었다 벗어야 했다. 매장에 있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리곤, 와, 역시 옷걸이가 좋으니까 느낌이 확 사네요, 하고 칭찬일색이었다. 민규는 빳빳한 새옷의 느낌이 영 어색했는데, 그 입 발린 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명호는 몇 번이고 새로운 옷을 입은 민규를 훑어보다가 괜찮네. 한마디 했다. 그리고… 민규의 3년치 생활비를 일시불로 긁었다.

 

  민규가 카운터에서 나온 가격을 가늠하기도 전에 명호는 영수증을 짝짝 찢어 허공에 흩날렸다. 민규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너 그거 사이즈 입어봤으니까 알 거 아냐. 교환이나 환불할 일 없지. 민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는 향수와 시계를 고르고, 캐쥬얼 다이닝으로 향했다. 사실 민규는 공복에 팔자에 없는 패션쇼(그것도 관객은 리액션이 무미건조한 한 명이었다.)를 펼치고 나니 몹시 허기져 있었다. 이것저것 잔뜩 시켜서 먹고 있자니 명호는 젓가락도 들지 않고 있었다.

 

 

  “저기요.”

  “응.”

  “저랑 이제 사귀는 건가요?”

 

 

  명호는 미간을 좁히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곤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고 눈을 맞추더니 반문했다. “내가? 너랑?” 앞머리를 손으로 밀어넘기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민규는 긴장한 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니가 뭔데?”

 

 

  생각도 못한 무례한 질문이었다. 니가 뭔데. 네 글자가 민규의 머리 속을 부유한다. 거기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앰생에 대한 민규의 열등감, 그래도 나 정도면 보기에는 좋은 떡이지 않나 싶은 자만감, 대놓고 무시 당한 것에 대한 쪽팔림, 괜한 걸 물었다는 후회. 하지만 민규는 조금 더 뻔뻔해지는 방어기제를 발동했다.

 

 

  “남자 좋아하잖아요. 키크고 잘생긴 남자.”

  “너 정도 생긴 남자 방송국에 널렸어.”

  “그래도요. 걸어볼 만하잖아요.”

 

 

  그제야 명호는 싱긋 웃으면서 민규 면상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곱게 미치소서. 민규는 그제야 얼굴이 시뻘개졌다.

 

 

 

2:1

 

  서명호의 관심은 순전히 비즈니스라는 것을 증명하려는듯 민규를 모델학원에 등록시켰다. 멀대 같고 마른 애들이 죄다 머리에 뭘 올려놓고 미친듯이 걷고 있었다. 월세와 생활비는 벌어서 쓰는 것보다 딱 두 배 더 줬다. 빚도 갚아주세요! 나름 당돌하게 말했는데 명호는 코웃음을 쳤다. 나 호구 아니야. 니가 잘하면 생각해 볼게. 민규는 협상에 재능이 없다.

 

  그렇게 하루종일 학원에서 미친듯이 걷고 나면 밤에는 영어 공부를 했다. 중고딩 때 뭐라도 좀 할걸.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문장을 따라읽어도 뭐라는지 존나 모르겠다… 결국 해커스 영어 문제집은 방구석에 처박아 두고 티비를 켜둔 채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민규는 손톱이 지저분한 걸 싫어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티비에선 서명호가 나오고 있었다.

 

  연예계 가십거리를 발견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침 서명호의 새로운 열애 소식이 뜬 것이다. 상대가 충격적이었는데, 이혼 전적이 있는 탑 배우였다. 다들 그 사람이 게이일 줄은 몰랐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서명호 씨가 우리가 모르는 매력이 있나 봐요. 그나저나 그분은 한국인 킬러신가? 와하하, 의미 없는 웃음이 쏟아졌다. 서명호의 인스타 팔로워수는 조용히 올라가고 있었다. 마저 지우지 못한 서명호 전 남친 이**과의 단란한 사진 댓글에는 몇 달 전에 사람들이 남긴 댓글로 가득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려요, 이민 가서 결혼하시길, 게이 같은 소리 하네, 동성애 반대.

 

  음. 갑자기 이걸 보니 민규의 마음 한 구석이 타올랐다. 난 어떻게든 서명호 코인 탄다. 어떻게든 서명호로 존나 떠서 존나 돈 벌 거다. 애비가 남긴 빚 몇 억 때문에 벌벌거리면서 살지 않을 거다.

 

 

 

3:1

 

  민규가 갑자기 열혈 수강생이 되어 늦은 시간까지 워킹 수업을 하고 살을 쪽쪽 말린다는 사실은 서명호의 귀에도 들어갔다. 아무리 있으나 없으나 티도 안 나는 돈이라지만, 기껏 아까운 마스크에 투자했는데 본인이 의욕 없으면 허무하거든. 민규는 종종 서명호에게 의미 없는 문자를 했다.

 

  [쏴장님 ㅋ]

  [저 오늘 칭찬받음]

  [나도 도수코 이런 거 나갈까]

  [진심 해볼만하지않아요? 나정도면 괜찮은데..]

 

  넌 런웨이용 모델 마스크는 절대 아니라고 말해 주기도 귀찮아서 핸드폰을 안 보는 쪽을 선택했다. 민규는 한달 째 씹히고 있는 게 불만이긴 했지만 대뜸 바쁜 사람에게 전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이는 어떻게 꼬시는 거지. 여자밖에 꼬셔본 적 없는 김민규 인생에 꽤나 중대한 난제였다.

 

  그러던 중 기회가 온다. 영 캐주얼 라인 런칭이 가까워지는 가운데에 룩북에 실을 화보를 촬영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한달만에 서명호와 김민규는 만난다. 이번엔 돈까스였고, 민규의 선택이었다.

 

  “왜 안 드세요?”

  “기름진 거 싫어.”

  “아 말을 하시지… 그럼 이따가 스벅 가요.”

  “아니. 여기서 용건 끝낼게.”

 

  다음 주에 테스트 촬영이 있을 거야. 영 캐주얼 브랜드라 너 같은 외모가 딱이야. 잘생기고 과에서 인기 많은데 성격도 좋은 그런 대학생 느낌.

 

  “저 존나 아싸예요.”

  “하…”

  “그래도 잘해 보게씀다.”

 

  김민규는 다시 돈가스를 잘라 입에 꾸역꾸역 넣었다. 요즘 살 뺀다고 좀 굶었더니 돈가스가 유독 달콤하다. 거기다가 꼴에 모델망생이라는 애들은 옷 입은 걸로 상대를 죄다 판단했기에 명호가 사 준 명품 옷에 걸맞는 옷을 사는 데에 생활비를 탕진하고 있었다. 반면 명호는 왜 살이 안 찌는지 알 것만 같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식당에서 물 한 잔이 명호가 먹은 전부였다. 나중엔 머쓱했는지 야채김밥을 한 줄 시켰는데, 그마저도 반도 못 먹었다.

 

 

  민규는 모델 학원에 등록하던 날, 유튜브에 “모델”을 검색해서 눈깔이 시뻘개지도록 영상을 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굶는 것이었다. 사진에 어떻게든 잘 나오려면 건강미고 뭐고 필요없어. 무조건 마른 몸이다. 민규는 선천적으로 팔뚝이며 가슴이며 근육이 붙어 아름답게 조형된 몸이 처음으로 미워졌다.

 

  그 각오를 다시 단단히 다지며 이틀을 물만 마시고 도착한 촬영장은 이상하게 불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서명호는 삐딱한 포즈로 한쪽다리를 툭툭 털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발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여자 모델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스탭은 민규를 보자마자 이름과 신분을 확인하고, 민규가 입고 온 옷을 차례대로 벗겼다. 그리곤… 귀여운 프린팅의 반팔, 장난스러운 느낌의 볼캡, 자연스러운 핏의 청바지. 민규는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제야 명호의 미간은 조금 빳빳해졌다. 두 분 사이 좋게 찍어 볼게요. 친구처럼.

 

  민규는 스스럼없이 여자 모델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흠칫 놀라는 기색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민규가 간지럼을 태우면서 서로 자연스러운 웃음이 터져나왔다. 소품으로 널부러진 야구 방망이나 공을 들고 해사하게 웃는 민규는 꽤나 귀여웠다. 명호는 한참이나 그걸 모니터링하면서 감독과 얘기를 나누더니 민규를 잠깐 불렀다.

 

  “사실 좀 불안했는데, 잘 해내 줘서 고마워.”

  “저 잘했어요?”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 눈빛. 명호는 그런 것에 약했다. 차마 몇 년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이 기간제 아이템 같은 순수. 김민규는 그 찢어진 눈꼬리로도 마냥 사나운 얼굴을 만들어내진 않았다. 그게 다 눈꼬리 안에 담긴 눈동자 때문이었다. 작은 한숨을 폭 내쉰 명호는 오늘 하루 잠깐 속아 줄까 한다. 저녁 약속 있어? 있어도 빼. 오늘은 나랑 먹을 거니까. 민규의 얼굴이 웃음으로 번진다.

 

 

 

 

3:2

 

  매장 카탈로그 표지에 김민규 얼굴이 떡하니 있었다. 관리도 안 해서 방치된 계정에 팔로워가 어느덧 2만 명은 불어 있었다. 윤정한은 아니나 다를까 [형 말 들어서 나쁠 거 없댔징ㅎㅎ]하며 결국 저 잘났단 소리나 해댔다. 서명호는 아직 영업 준비 중인 매장을 감독차 들렀다가 카운터에 가지런히 놓여진 카탈로그 하나를 뽑아들었다.

 

  음. 역시 내 취향이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가방에 쏙 넣었다.

 

  김민규와 서명호가 성공적으로 촬영을 끝내고 저녁을 먹던 날, 둘 사이에는 기묘한 기류가 흘렀다. 명호는 민규가 마음에 들었지만 아직은 적극적으로 표현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러던 중 민규의 통화내용을 의도치 않게 들어 버렸다. 서툰 한국어 솜씨로도 그 부정적인 분위기를 읽기에는 충분했다.

 

  “모델 그거 그냥 해 보는 거야. 평생 딸배만 뛸 수도 없고. 그냥 이러다가 걔랑 잘되면 팔자 피는 거지, 뭐.”

 

  명호가 그것 때문에 민규가 싫어졌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민규는 예의 있었던 것뿐이다. 누구나 나를 그렇게 생각할 거야. 다만 민규는 착하니까 내색하지 않은 거겠지. 별로 상처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민규가 전화를 끊고 돌아온 테이블은 어쩐지 이전보다 고요했다. 명호는 줄줄이 코스로 들어오는 요리들을 언제부터 손대지 않고 와인만 마셨다. 처음 성인이 됐을 때 기분을 낸답시고 마셨던 싸구려 모스카토가 떠올랐다. 순전히 명호의 취향으로 대령한 와인은 미지근한 레드와인이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편이었기에 평소 과일 소주나 맥주를 즐겨 마시던 민규는 혀를 내밀고 얼굴를 찌푸렸다.

 

  그제야 분위기는 조금 풀어졌다. 명호는 흐흐흐 소리내어 웃었다. 민규는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명호를 따라 흐허허 웃었다.

 

명호는 민규를 택시에 태우고, 자신은 대리를 불렀다. 가는 내내 명호는 민규를 생각했다. 민규는 순진했다. 단지 내가 돈 많은 중국인 호모라는 이유로, 날 꼬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나와 꼬시면 뭔가 콩고물이 떨어질 거란 생각이 지극히 어렸다. 하지만 민규가 조금이라도 진지한 사람이었고, 명호에게 진심이었다면 명호는 아마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명호는 가방에 반듯하게 넣어져 있던 카탈로그를 꺼냈다. 반질반질한 종이에 인쇄된 김민규는 활짝 웃고 있었다. 진한 이목구비는 카메라를 거치면 유독 남성적이게 보였다. 실제로는 훨씬 여리고 순진해 보이는데 말이야. 빼족한 송곳니를 종이 위로 더듬다 말고 명호는 차창 밖으로 카탈로그를 던져 버렸다.

 

  수백, 수천장이 복사되어 전국 매장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명호에겐 방금 그 한 장이 전부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3:3

 

  “넌 내가 남자로 안 보이냐?”

 

 

  바야흐로 가을. 김민규 주가를 올린 명대사다. 유튜브 클립 조회수는 100만을 상회하고 있었고, 댓글엔 유사 김민규 여친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 그러니까, 김민규는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명호의 브랜드 모델 촬영 이후로 일반인 연애 시뮬레이션 예능에 참가했다가 소위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훤칠한 외모뿐만 아니라 최연소 참가자로서 강아지 같은 성격을 보여 주며 허상의 연하 남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엔 같은 학교 동기라는 이유로 윤정한과 화보도 찍고, 대학내일 표지도 찍고, 인스타도 틈틈히 했다.

 

  그리고 지금. 윤정한은 풍차돌리기로 김민규에 앞면을 까 버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아 미쳤어?! 말로 해!”

  “너 서명호한테 잘못한 거 있니?”

  “뭔 개소리야. 만나야 잘못을 하지. 안 만난 지도 존나 오래됐어.”

 

 

  서명호 브랜드 F/W 모델이 남자만 바뀌었다고.

 

 

  사실 소소한 화제성으로 보나 브랜드 이미지로 보나 김민규가 더 잘 어울리는 건 이쪽에 문외한인 작자들도 다 알만 했다. 김민규를 내쫓고 자리를 꿰찬 뉴 페이스는 얼굴도 몸도 그저 그랬을 뿐만 아니라, 여자 모델은 지난 시즌과 같은 사람이었다. 롤러스케이터를 타고 삐걱거리며 어색하게 포즈를 취하던 그 여자. 그렇다는 건 김민규를 고의로 배제한 것이 명확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근처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에 들어선 민규는 조금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등신대, 매대, 카탈로그. 민규의 얼굴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규는 아버지 사업이 망했을 때를 떠올렸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줬다가 뺏는 거라고. 처음부터 화목한 가정, 귀여운 열대어, 넓은 집따위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괴롭지도 않았을 거라고. 처음부터 얼굴 팔리는 일에 큰 대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막상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제 흔적이 깨끗하게 지워진 매장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오디션도 떨어졌었던 만큼 그게 원래 내 것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애초에 탐내지도 못할 만큼 높은 곳에 있는 과실이었다. 한입 맛봤을 뿐인데 그 죄로 지옥까지 처박힌 기분이었다.

 

 

  서명호, 걔가 나보다 좋았냐? 걔가 나보다 잘생겼냐? 어쩐지 열등감도 질투도 뭣도 아닌 감정이 끓어올랐다. 패배감일지도 모른다. 그 감정의 이름이 뭐가 됐든 김민규는 자신이 이렇게나 불타오른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낄 틈도 없이 서명호의 번호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씨발!”

 

  김민규는 어쩌면 자신이 보기보다 훨씬 초라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명호에게 도저히 닿을 방법이 없었다. 찌질하게 인스타 디엠이라도 보내야 하는 걸까. 마구잡이로 결 좋은 머리카락을 헤집다가 어린 강아지처럼 눈을 내리깔았다. 그때 드라마처럼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3:4

 

  “왜 여기 있어요?”

  “내 브랜드 매장이니까.”

  “왜 나 먹고 버렸어요.”

  “내가 언제 널 먹었어?”

  “우씨.”

 

 

  따지고 보면 전부 맞는 소리라 민규는 할 말이 없었다. 서명호 산하의 매장 앞에서, 따지자면 비즈니스 파트너도 못되는 김민규가 울고 있었다. 그런 김민규는 서명호가 가는 길에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굳이 아는 척해 주신 노고에 감사해야 되는 걸까. 민규는 문득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 옷도 사 줬잖아.”

  “그 검은색 티는 너무 낡았어. 내 앞에서 그런 옷 입는 건 용납 못 해.”

  “마스크 좋다며.”

  “너는 진짜 뭐가 문제야?”

  “뭐?”

  “말해 봐, 민규. 너 지금 초등학생처럼 화만 내고 있잖아. 왜 화가 난 거야?”

 

 

  ‘서운하다’라는 말에 내재된 추악한 열등감에 대해 곱씹다가 민규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리기로 했다. 더 말해 봤자 나만 쪼잔한 사람 되는 거라서. 기실 민규는 자신이 명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명호가 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쥐고 흔들고 싶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장난감 뺏긴 어린애처럼 심술부리고, 말도 안 되는 패악질을 했다는 걸. “왜 화난 거냐”라는 질문에 대답 없이 숨을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명호는 가여운 청년에게 이 정도면 충분히 다시 잘살아 볼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다. 따지자면 은인인 제 앞에서 왜 이렇게까지 악을 쓰는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명호에게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민규가 자신을 디자이너 선생님이라 부를 때부터 명확했던 것인데, 바로 민규가 투명하다는 것이었다. 민규는 닳고 닳은 것처럼 생겨서는 애교 있는 말투로 어리게 구는 일이 곧 많았다. 그래서 사람 사이 일은 잘 다룰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여서 미워할 수가 없다. 민규의 대책 없는 어리광에 황당하면서도, 그런 면은 여전히 귀엽다고 느꼈다.

 

 

  “나도 알아요. 나 지금 최악인 거. 말도 안 되는 말 하고 있는 거.”

  “맞아.”

  “근데, 몰라. 존나 서운해요. 나도 짐승 새끼는 아니라서 고마워야 될 일인 거 알거든요. 근데 서운해요.”

  “모델 바꾼 거?”

 

 

  민규는 한참 고민했다. 과연 이 소용돌이 치는 거대한 감정들이 전부 그 때문일까. 좋은 일자리를 놓쳤기에 드는 억울함일까. 이 순간만큼은 그런 걸로 하기로 했다. 그게 가장 보편적으로 타당한 이유였으니까. 민규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 대답했다.

 

 

  “넌 내가 남자로 안 보이냐?”

 

 

  갑자기 서명호가 그렇게 말했다. 민규는 그 익숙한 문장을 속으로 더듬다가 빽 소리를 질렀다. 아 씨! 그걸 보셨어요?! 명호는 그제야 다시 웃음을 찾았다. 흐흐흐흐. 민규는 명호의 웃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끄러워서 귀끝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건 그냥 비즈니스였다고요…….”

  “그래.”

  “… 아실 만한 분이.”

  “우리 관계처럼 비즈니스인 거지.”

 

 

  공과 사를 누구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명호의 날카로운 서브였다. 순식간에 손도 못 써 보고 선긋기 스킬에 당한 민규는 자신도 모르게 굳은 표정을 펴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네에….

 

 

 

 

 

3:5

 

  민규는 그날 명호에게 저녁을 얻어 먹으면서도 그 비싼 음식들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맹해 보였다. 종래엔 오히려 명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모델 일 때문이라면 다른 일을 알아봐주겠다고 할 정도였다. 민규는 명호의 슈퍼카 조수석에 앉아서도 여전히 딴 생각이었다. 민규의 초라한 빌라촌에 차를 세우고 민규가 내릴 때쯤, 명호는 주먹 쥔 손을 들었다.

 

  “너무 그러지 말고 힘내.”

 

  민규는 힘 빠진 주먹을 비슷하게 들어올려 대답했다. 파이팅…. 맥아리 없는 말투는 민규와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민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명호가 신경 쓰인다는 것을. 남자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선 거부감 없이 쿨하게 받아들였다. 잠깐만, 그럼 xx는 어떻게 하는 거지? 그날 밤 동영상으로 성교육까지 마쳤지만 평소처럼 아래가 무거워지는 느낌은 없었다. 만약, 정말 만약 서명호가 그 영상의 남자처럼 벗고 있다면? 사춘기 어린애도 아닌 주제에 상상하는 것조차 죄스러운 기분이었다.

 

  왜 서명호는 동갑인데도 존나 어른 같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똥도 안 싸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신문부터 볼 것 같아. 브런치는 그 짧은 입으로 한 접시는 무리겠지. 아마 두 입 정도 먹으면 많이 먹은 것일 거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사업자 같은 면모. 매달 1일에는 발행된 패션 잡지를 읽으면서 트렌드를 읽고. 이런 상상은 쉬웠다. 그냥 서명호는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이렇게 무거운 고민은 딱 질색이었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인식한 순간 민규에게 정답은 정공법밖에 없었다. 인스타에 해시태그 남친룩을 철저히 복습하고, 명호가 사 줬던 옷을 활용해서 최대한 멋을 냈다. 멋이라고 해 봤자 결국엔 정한의 조언대로 꾸미는 건 덜어내고 남은 것은 흰 셔츠에 청바지가 전부였다. 그리고 한남동의 분위기 좋고 커피 맛 좋은 카페로 불러내서는 한다는 말이.

 

 

  “제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였다. 멘트까진 생각 안 해 봤기 때문에 입이 떠벌리는 대로 말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몸통 정면으로 들어오는 멘트를 명호는 선수답게 가볍게 쳐냈다.

 

 

  “왜?”

  “그야…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명호는 반지를 가득 낀 손으로 쥐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얇은 손가락을 폈다. 민규의 이마를 엄지손가락으로 툭 밀어냈다.

 

 

  “난 그닥.”

  “…. 헐.”

 

 

  김민규는 헤어짐에 있어서는 늘 을에 가까웠지만(이마저도 자신의 업보였다), 만남에 있어서는 철저히 갑의 자리를 지켜왔던 사람이다. 훤칠한 외모나 만인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한 살가운 성격 덕택이다. 그런 민규는 지금 서명호라는 아시아급 선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몇 번이나 받아칠 기회는 있었지만 명백한 민규의 패배였다.

 

  명호는 민규의 “헐”이라는 말이 너무 웃겼다. 무턱대고 고백하는 게 정말 먹힐 거라고 생각했을까? 민규의 검은 눈동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처럼 이리저리 부유했다. 테이블에 벗어뒀던 선글라스를 다시 낀 명호는 허리를 턱을 괴고 민규를 빤히 봤다.

 

 

 

  “너 하는 거 봐서.”

 

 

 

  디자이너지만 동시에 비즈니스맨인 명호는 쿨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 하지만 명호를 이젠 좀 알게 된 민규에겐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알았다. 설욕전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명호가 자리를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고, 알림창에 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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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서명호는 먼저 5점을 냈지만 민규에게 정식으로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민규는 오뚜기처럼 다시 벌떡 일어나 도전하고 싶어졌다. 탐하기 전에 나를 먼저 알라. 명호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명호는 커피도 좋아하지 않고, 민규가 좋아하는 짜장면이나 돈까스도 싫어하고, 잡지보다는 소설을 좋아하고, 뉴스보다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런 기본 상식 없이 자신을 상대로 선전했던 민규의 얼굴에 감사를 올리며, 다시 부드럽게 악셀을 밟았다. 민규와 명호가 다시 코트 위에 올라서는 순간, 매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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